
집 안에 이상한 냄새가 진동했다. 외출에서 돌아온 경숙씨가 코를 찌푸리며 집 안을 둘러보는데,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형주야, 형주야!” 경숙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집 안을 울렸다. 그런데 방에서 나오는 것은 대답이 아니라 더욱 짙어지는 가스 냄새였다. 방문을 열어보니 형주씨가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고, 연탄불이 피워진 상태였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이는 형주씨. 부검과 수사 절차를 거쳐 며칠 뒤 빈소가 차려졌다. 어머니 경숙씨와 동생 원준씨가 상주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한 젊은 여성이 문상을 왔다.
그런데 경숙씨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돈 벌어주면서 아들 노릇 제대로 하지도 않고, 여기가 어디라고 얼굴을 내밀어!” 경숙씨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젊은 여성도 지지 않았다. “오빠 죽인 사람 내가 아니라 당신이잖아요!”
빈소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형주씨의 죽음을 두고 서로에게 책임을 묻는 어머니와 젊은 여성. 과연 형주씨의 죽음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걸까?
한 달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보면, 형주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여성들과의 만남을 즐기고 있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손님으로 온 여성에게 형주씨는 특별한 원두로 만든 커피를 건네며 능숙하게 접근했다. “과테말라 안티구아를 드리고 싶어요. 손님처럼 세련된 향기를 가지신 분에게 딱 어울리거든요.”
그런데 이런 장면을 목격한 경숙씨의 반응은 차가웠다. “야, 네가 여기 어디라고 와? 나 장사해야 돼. 꺼져.” 형주씨의 복잡한 여성 관계는 어머니에게 골칫거리였다. 여러 여성들이 카페로 찾아와 소란을 피우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몇 명째야 이게?” 경숙씨가 따져 물었지만, 형주씨의 대답은 시큰둥했다. “엄마 나 엄마 잔소리 들을 나이 지났어. 내일 내가 알아서 한다고. 내 여자 문제에 어머니는 신경 꺼.” 나쁜 남자 스타일을 자처하는 형주씨였지만, 경제적으로는 능력이 있었다. 40억 원 상당의 5층 상가건물 소유주로 매달 900여만 원의 임대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 형주씨에게 변화가 생겼다. 옷가게에서 경숙씨와 마주친 형주씨 옆에는 성아라는 여성이 있었다. “엄마 소개가 늦었죠? 내가 결혼하고 싶은 여자야.” 쉽게 만나 쉽게 헤어지는 가벼운 연애만 즐기던 형주씨가 드디어 결혼을 결심한 것이었다.
경숙씨는 며느리감 성아씨를 유심히 살펴봤다. 심지어 피트니스 클럽까지 찾아가 성아씨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며느리가 건강한지 보고 싶었어. 근데 너 운동 안 한 몸이다. 이 몸 가지고 애는 낳겠니?”라고 직설적으로 물어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결혼 허락은 떨어졌다.
하지만 둘째 아들 원준씨의 반응은 달랐다. 성아씨를 보자마자 “그럼 결혼식장에서 보면 되지. 왜 바쁜 사람 오라가라 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형주씨와 원준씨 사이에는 복잡한 가족사가 있었다.
5년 전, 원준씨는 자신이 외아들인 줄 알고 살았다. 그런데 경숙씨가 갑자기 형주씨를 데려와 “이 형이야. 형주도 내 아들이야”라고 소개했다. 경숙씨가 결혼 전에 다른 남자에게서 낳아 남의 손에 맡겼던 아들을 뒤늦게 찾아온 것이라고 했다.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형. 게다가 경숙씨는 유난스럽게 형주씨를 편애했다. 어머니의 사랑을 빼앗긴 원준씨는 아버지 유품인 시계를 두고 형주씨와 다툼을 벌이다가 결국 집을 나가게 되었다. “좋아. 내가 빠져줄게. 내가 이 집에서 나간다고 됐어?” “그래. 그게 편하면 그렇게 해.” 경숙씨는 친아들보다 형주씨 편을 들었다.
그런 와중에 형주씨와 성아씨는 결혼을 두 달 앞두고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상견례 당일, 신부 쪽 자리가 비어있었다. 30분이 지나서야 나타난 성아씨는 “우리 결혼 없던 걸로 해”라며 일방적으로 파혼을 통보했다.
충격적이게도 경숙씨와 원준씨는 이 소식에 놀라기는커녕 표정이 밝아 보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다음 날, 형주씨는 연탄가스를 마시고 숨진 채 발견되었다.
빈소에는 형주씨와 관계가 있던 여러 여성들이 찾아왔다. 그 중에는 파혼을 통보했던 성아씨도 있었다. “오빠 성아한테 차이고 자살한 거라면서요? 나하고 잘되게 도와줬으면 이런 일 없었을 거 아니에요?” 다른 여성이 성아씨를 원망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진실은 따로 있었다. 경찰 수사 결과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형주씨와 경숙씨는 실제로는 모자가 아닌 연인 관계였던 것이다. 20살이 넘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하다 만나 연인으로 발전했고, 주변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양자입양을 통해 모자 관계로 위장했던 것이다.
3년 전 원준씨가 어머니 방에서 두 사람이 한 침대에 있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진실이 드러났다. “이해? 이런 짓거리 하려고 저 사람 데고 온 거야?” 충격과 절망에 빠진 원준씨는 그길로 집을 나갔고, 경숙씨는 “너도 독립할 때 됐어. 나가”라며 친아들을 내쳤다.
형주씨는 경숙씨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젊은 여성들과 바람을 피웠다. “나도 남자야. 어리고 이쁜 애들도 보는 거지. 1년만 지나면 물리니까. 근데 엄마는 넌 어떡하니?” 배신감과 질투에 시달렸지만 경숙씨는 젊은 애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런데 형주씨가 성아씨와의 결혼을 발표하자 경숙씨는 살의를 품게 되었다. 상견례 전날 원준씨는 성아씨에게 진실을 폭로했고, 충격을 받은 성아씨는 파혼을 선언했다. 그 다음날 경숙씨는 과음으로 숙취에 시달리던 형주씨에게 수면제가 든 음료를 먹였다.
부검 결과 형주씨의 시신에서는 1회 복용량의 수십 배에 이르는 수면제 성분이 검출되었다. 경숙씨는 원준씨와 함께 여러 지역을 돌며 수면제 80여 개를 나누어 구입했고, 형주씨 명의로 12개의 생명보험에 가입해 총 6억 7천만 원의 사망보험금을 노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경숙씨와 원준씨는 살인 혐의로 체포되었다. “가질 수 없는 것에 욕심을 내지 않는 것, 그것이 행복에 이르는 한 방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비뚤어진 욕망이 부른 참극이었다. 연인을 아들로 위장하며 살던 기괴한 동거, 그리고 그 끝에 벌어진 살인. 과연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단순한 욕망이었을까.